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딱다구리

보은군 내북면에 위치한 보은숲밭에 구멍 난 소나무, 2025년 9월에 이 나무는 쓰러졌다.

보은군 내북면에 위치한 ‘보은숲밭’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죽은 소나무(이하 고사목)가 서 있습니다. 숲에 온 어린이들이 이 나무 앞에서 웅성거립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사람이에요!”
“아니야! 두더지야.”
“뭐야! 담비야.”

‘임업-산림복지 복합경영 지원사업(한국산림복지진흥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탐조(bird-watching) 강사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답은 오색딱다구리입니다. 이 나무는 이미 죽었어요. 그러면 죽은 나무에 온갖 벌레들이 몰려듭니다.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부터 나무를 분해하는 버섯까지 다양한 곤충과 균이 모이고, 이들을 먹으러 딱다구리들이 찾아오는 거죠.”

즉, 딱다구리는 나무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들을 잡아먹어서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강사는 마치 ‘딱다구리 식당’이라도 된 듯, 죽은 나무에 모인 곤충들이 고사목 주변에 집결하고 이들 곤충을 잡아먹는 딱다구리로 인해, 고사목 주변 나무들이 피해를 입힐 정도로 곤충 무리가 커지거나 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딱다구리는 나무에게 피해를 입히는 곤충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어린이들에게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딱다구리는 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조선왕릉의 참나무의 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큰오색딱다구리(사진 백인환)

숲속에서 관찰의 즐거움을 주는 존재

조선왕릉 숲 조사 중인 참나무 가지 아래에 거꾸로 매달린 ‘큰오색딱다구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예로 들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새는 나뭇가지 위·아래를 반복하며 부리로 나무껍질을 찍어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반 산새들이 둥근 나뭇가지를 붙잡고 식물 열매나 나무껍질 속 곤충을 잡는 반면, 딱다구리는 중력을 거스르며 나무 밑면까지 오르내리며 먹이를 찾기도 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생활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딱다구리의 습성 때문입니다.

나무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오색딱다구리(사진 백인환)

나무는 풀과 달리 몸집이 크고 해마다 자라며 열매와 꽃까지 맺습니다. 오래 한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곤충들은 그 속에 안식처를 마련하거나 먹이 창고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들도, 튼튼한 둥지를 필요로 하기에 나무를 찾아오고, 그래서 나무 하나를 중심으로 작은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새들은 번식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엄청난 곤충을 잡아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나무 열매도 먹습니다. 왕성한 식욕에 하루동안 수십번에서 백여번의 먹이 공급을 하는 새들에게 나무와 숲은 엄청난 식량 창고인 셈입니다.

특히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딱다구리는 나무를 타고 나무 속 벌레를 찾아야 하므로, 다른 산새와 달리 몸의 여러 신체 부위가 특별히 진화해 왔습니다. 나무를 붙들기 쉬운 구조의 두 쌍의 발가락, 나무껍질을 타는 데 필요한 단단한 꼬리 깃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신체 구조 덕분에 딱다구리는 원숭이 못지않게 나무를 잘 타게 되었습니다.

딱다구리류 실물 표본(제공: 국립경북대학교 자연사박물관)


아이들은 보은숲밭의 나무 구멍을 보며 어떤 딱다구리였을지 상상하고 있습니다. 탐조 강사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딱다구리 생물 표본’을 통해 이 새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와! 정말이지 발톱이 특이하다."
"생각보다 부리가 작은데도 큰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건가요?"
점점 실물표본을 통해 아이들의 질문은 많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