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클라이밍의 이용 방법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들
(2025년 녹색자금 숲체험·교육 지원사업 현장인 진안하초마을숲)(사진: 온새미로숲학교)
왁자지껄한 진안 하초마을숲
7·8월 폭염 속에서도 진안 하초마을숲은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나무를 타는 아이들부터 대나무 물총으로 대결하는 어린이들까지, 역대급 더위에도 숲은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마을숲 밖은 뜨거운 한증막처럼 습하고 땡볕에 걷기조차 벅차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혔다. 반면 숲 안쪽은 시원한 바람과 그늘 덕에 아이들이 신이 나서 소리 지르며 즐거워했다. 이 같은 체감은 숲 그늘과 수시로 불어오는 바람 덕분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바로 알 수밖에 없다.
2025년은 ‘역대급’ 여름
기상청은 8월 5일 “올해 7월은 폭염과 열대야가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됐고, 중순에는 집중호우, 이후 다시 극심한 무더위가 연일 이어졌다”고 밝혔다. 전국 평균기온은 27.1℃로 1994년(27.7℃) 이후 두 번째로 높았고, 전국 폭염일수도 14.5일로 평년보다 10.4일 많았다. 서울의 열대야일수는 평년(4.8일)의 약 4.8배인 23일로, 관측 이래(1908~) 가장 많았다.
8월 역시 7월에 이어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올여름 전력 수요와 온열질환자 수도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안하초마을숲의 내부 전경(2025년 7월)(사진: 온새미로숲학교)
숲이 만드는 ‘미기후’가 답
진안 하초마을숲이 시원한 이유는 숲속 미기후(微氣候) 조절 효과 때문이다. 2003년 『농촌계획』에 실린 ‘진안 하초 마을숲의 온도 조절 기능 분석’은 2001년 3~10월 기상 측정 결과, 여름엔 숲 내부 지표 온도가 외부보다 낮고 겨울엔 더 높아 계절 온도 진폭을 줄인다고 보고했다. 즉, 여름엔 냉각, 겨울엔 보온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분석에서도 폭염일 기준 숲의 기온이 도심보다 평균 2.4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활엽수림(넓은잎나무 숲)의 그늘 효과가 낮·밤 모두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도 2024년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서울 도시숲을 1년간 모니터링한 연구 역시 숲의 일관된 기온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결국 진안 하초마을숲과 같은 마을숲은 뙤약볕을 가리는 그늘과, 나뭇잎의 증산으로 공기 중 열기를 식혀 폭염 시 외부보다 낮은 체감기온을 만든다.
진안하초마을숲 전경(사진 : 산림청 홈페이지)
“에어컨 없이도 견딜 만해요”
진안 하초마을숲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숲체험·교육 프로그램(2025년 산림청 녹색자금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온새미로숲학교 손이정 대표는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지만, 숲 안은 시원한 바람 덕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더 즐겁게 뛰어놉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폭염에는 시원한 계곡도 좋지만, 주변에 잘 가꾸어진 마을숲들이 많습니다. 에어컨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곳이니, 산림청 홈페이지의 명품숲이나 국가산림자산을 찾아 여름에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막바지 더위, 숲으로 피서
8월이 지나 9월에도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 가족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전력 소비 없이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마을숲이 훌륭한 선택지다. 진안 하초마을숲은 ‘천연 에어컨’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다.